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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느낌

첫 느낌이란 건 아직 순수하단 것.
두 번째 느낌이란 건 여유로워 지는 것.
세 번째 느낌이란 건 다시 처음의 관심, 그 작은 사랑이 그리운 것.
『첫 느낌』 - 풍류


 


기자 생활을 처음 할 때가 생각이 난다. 의과대학 입학도 하기 전, 합격 통지만을 받고 나서 인터넷 홍보 글을 보고 가입 신청서를 작성해서 보낼 때의 그 떨림. 컴퓨터로 작성해서 보내면서도 자필로 작성해야 되는 건 아닐지 걱정했을 때의 마음과 당시 편집장에게 처음 연락이 왔을 때의 느낌. 기자교육을 처음 받던 그 시절의 그 생동감과 ‘순수’가 새삼 떠오르게 되는 오늘이다. 처음 기자 회의에 참석하고, 내 손으로 배포를 시작했을 때의 즐거움이 아직도 떠오른다. 배포되고 있지 않던 신문이 내가 기자 활동을 함으로써 내가 다니는 학교에 배포된다고 생각했을 때의 설레임. 뭔가 학교 내에서 한 가지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 같아 뿌듯했다.

 


 비단 기자 생활만 이랬을까? 의과대학에 처음 발을 들일 때의 당신에게도 첫 느낌은 있지 않았을까? 간단하게는 “멋진 의사가 되겠다”부터 복잡하게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매일 환자를 살려내는 외과 교수가 되겠다.”까지. 나에게도 이런 시절은 존재했다. 무식하지 않은 의사가 되고 싶었고, 그래서 신문사에도 지원한 것이었다. 취미 생활을 만들기 위해서 악기도 시작했고, 영어 회화 수업도 들었으며 지금 생각하면 별 것 아닌 교양 과목도 졸지 않고 열심히 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본과 1학년의 3월도 첫 느낌으로 가득찬 시기이다. 사실 배운 것이 없어서 시험을 볼 수 없는데도 항상 본과 1학년의 도서관에는 공부에 대한 열기로 가득 차 있다. 해부학의 간단한 것을 배우면서도 초롱초롱한 눈빛이 살아 숨쉰다. 아는 것은 별로 없는데도 굳이 해부학 용어를 섞어가며 대화를 하려고 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물론, 나에게도 이런 시기가 있었다.

 첫 느낌은 오래가지 않았다. ‘여유’로 무장된 나는 ‘게으름’을 ‘여유’로 착각하기 시작한다. ‘예과 공부 필요 없어’부터 시작된 ‘여유’는 모든 일들을 허무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그 당시 기자 생활도 가장 재미없었고, 편했다. 그 ‘여유’는 결국엔 내가 나의 의무를 다하게 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고 말았다. 당신에게 두 번째 느낌은 어떠했는가?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다 두 번째 느낌에 의한 허무를 경험했으리라 생각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았던 삶의 목표는 점점 바닥으로, 나락으로, 말초적이고 개인적인 것으로 낮아지기 시작한다. 여기에 ‘개인적 취향 차이’와 ‘삶의 요령’이라는 그럴 듯한 표현으로 당신의 추락을 포장한다.

 공부에서도 두 번째 느낌에 의한 추락은 거듭된다. 3월의 반짝이던 눈빛, 열기에 가득찬 도서관은 온데간데 없다. 교과서를 쳐다보기 시작하던 일부 무리들도 노트와 야마로 무장하고 ‘현실’을 인정한다. 골학과 스컬을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던 아이들 중 일부는 생화학과 생리학 시간엔 잠을 청한다.

 아무도 모르지만 어느 덧 의대생활, 기자생활도 햇수로 4년차가 되었다. 실패가 있었기에 더더욱 그런지 모르겠지만 다시 처음의 순수와 작은 관심이 그리워진다. 어쩌면 철없게 볼 수 있을 신입생들의 가벼움은 나에게 당시의 첫 느낌을 되새기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기자 생활의 허무를 뒤엎고 팀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새로운 느낌을 만끽하고 있다. 내 생활을 변화시켜주는 ‘철없는’ 열정이 다시금 깨어난 듯하여 뿌듯하다.

 당신에게 첫 느낌은 어떠했는가? 이제 다시금 그것을 깨우고, ‘열정’이란 무기를 가져와서 더 큰 힘을 발휘해야 할 때가 아닐까.

유영재 기자/ 전남
<yjyoo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