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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태석 신부의 삶을 다룬 영화, '울지마, 톤즈'

아들을 잃은 85세 노모가 슬프게 운다. 48세, 젊은 나이에 어머니를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난 못난 아들. 하지만 그가 세상에 남기고 간 향기는 진하게 남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영화 ‘울지마, 톤즈’는 인간이 인간에게 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의사에서 신부로
이태석의 의대 진학은 10남매를 키우며 고생한 홀어머니에게 탈출구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태석은 인턴을 마치고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중 ‘하느님에게 끌리는 마음을 어쩔 수 없다.’ 며 사제가 되기로 한다. 신학교를 졸업 후 사제서품을 받은 이태석 신부는 또 한번 놀라운 결심을 한다. 한국인 사제로서 처음으로 아프리카 근무를 자청한 것이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황폐해진 땅 수단, 그 중에서도 반군이 점령하고 있는 남부 수단으로 떠난다.
2001년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에 이끌려 오랜 내전과 전염병으로 병든 땅, 남수단 ‘톤즈’에 온 이태석 신부는 지역의 유일한 의사로써 병원을 세우고 직접 아픈 이들을 돌보기 시작한다. 그가 세운 ‘돈보스크 병원’은 금새 유명세를 탔다. 매일 300명에 가까운 환자를 보는 강행군이었지만, 결코 한밤 중 이라고 병원에 찾아온 환자를 돌려보내는 일은 없었다. 그는 진료실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직접 한센인 마을을 찾아가 진료를 하고 지하수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펌프를 만들고, 한센인들의 발에 맞춘 신발을 만들어 주었다.

학교를 세우다
“예수님이 이 곳에 오신다면 성당을 먼저 지을까 학교를 먼저 지을까 생각해보았다. 예수님이라면 필히 학교를 먼저 지었을 것이다.” 소년병으로 차출되어 연필보다는 총을 먼저 손에 드는 아이들이 가난과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교육이 절실했다. 이를 잘 알고 있기에 그는 돈보스코 학교를 건립한다. 톤즈 유일의 밴드, 35인조 브라스 밴드도 그의 작품이다. 자신이 그랬듯이, 아이들에게 음악이라는 친구를 선물해 전쟁으로 상처받은 마음에 희망을 선물하고자 했다.
열정적으로 일하던 그의 몸에 점점 한계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휴가 차 한국에 들러 우연히 시행한 건강검진에서 대장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암세포는 이미 간까지 전이되어 있어 여명이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그는 톤즈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지난 1월 14일 선종했다.

2010년, 멈춰버린 톤즈의 시계
영화의 제작진이 방문한 톤즈의 시계는 2008년 이태석 신부가 떠나왔던 그 시간에 멈춰있었다. 의사가 없는 돈보스코 병원의 진료실은 텅 비어 있었고, 학생들은 교장선생님이었던 쫄리 신부님을 몹시 그리워하고 있었다. 지휘자가 빠진 브라스 밴드는 더 이상 연주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 2월, 이태석 신부를 추모하기 위해 브라스 밴드가 다시 뭉쳤다. 지휘자는 없어도 아이들은 선배가 후배에게 가르쳐 주며 연주를 준비했다.
영화의 마지막, 브라스 밴드가 그를 추모하면서 마을을 행진한다. 환하게 웃는 이태석 신부의 사진과는 달리 톤즈의 사람들은 오열했다. 그렇게 노모의 눈물로 시작한 영화는 저 먼 아프리카 땅, 톤즈 사람들의 눈물이 되어 끝을 맺었다.
“신부가 아니어도 의술로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데, 한국에도 가난한 사람이 많은데, 왜 아프리카까지 갔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내 삶에 영향을 준 아름다운 향기가 있다. 가장 보잘 것 없는 이에게 해준 것이 곧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예수님 말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프리카에서 평생을 바친 슈바이처 박사, 어릴 때 집 근처 고아원에서 본 신부님과 수녀님들의 헌신적인 삶, 마지막으로 10남매를 위해 평생을 희생하신 어머니의 고귀한 삶, 이것이 내 마음을 움직인 아름다운 향기다.”
- 책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 中에서

이예나 기자/순천향
<lyna@e-mednews.com>

9월 개봉한 영화 ‘울지마, 톤즈’는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6만 관객을 돌파했다. 몇몇 극장에서만 개봉했으나 이제는 전국 54개 극장으로 확대되어 상영 중이다. 상영관은 홈페이지 www.dontcryformesudan.com 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