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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과 때 의예과 시절을 되돌아본다면, 그대는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자유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12년, 혹은 그 이상의 입시 경쟁을 마치고 꿈에 그리던 의과대학에 입학한 의예과 학생들일 것이다. 그 동안 추구할 수 없었던 많은 향락을 이제는 탐닉할 수 있다는 기대를, 진정으로 본인이 꿈꾸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고 한 번쯤 속으로든, 겉으로든 외쳐보았을 한 마디가 바로 저 자유라는 것이다. 마침 대학에 와서도 보니, 본과에 재학 중인 여러 선배들께서도, 의예과 때는 최대한 놀음을 즐기라고 하신다. 항상 산사태와도 같은 학업의 양에 파묻힐 위기 속에서 생활하시는 본과 선배들께선, 당신들께서 누리시지 못하는 즐거움을 맘껏 누릴 수 있는 후배들에게 당연히 미래엔 할 수 없는 것들을 최대한 많이 하라고 말씀해주시는 것일 테다. 그렇지만 여기서 노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놀아야 의미가 있는 것이며, 또, 노는 것만이 대수일까? 

필자와 친분이 있는 한 경제학도의 말을 인용하자면, 사람들은 무릇 본인이 ‘효용’을 느끼는 방향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금전적·경제학적 관점에 국한된 시각에서 벗어나면, 사람들은 대체로 스스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일에 전념하길 원하기 때문에, 틀린 말은 아니라 사려가 된다. 여기에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보자. 지구의 인구는 약 65억 명이라 하는데, 이 정보를 65억 개의 효용을 느끼는 취향이 존재한다고 해석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개개인이 가치를 느끼는 부분들은 다르다. 그렇지만 개개인 모두가 본인이 큰 가치를 느끼는 부분을 인지하고 있을까?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모두 시간을 가지고, 다양한 사건들에 얽히고 체험을 하며, 효용을 느끼는 것들을 찾아 나간다. 우리들이 후회를 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러한 데 있을 것이다. 새로이 발견한 가치를 과거에 이루지 못한 사실이 후회를 부르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다시 본래의 주제로 돌아가서 생각을 이어나가보자. 의예과 때 어떻게 놀아야 ‘효용’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 노는 것만이 ‘효용’을 가져다주는 것일까?

물론 사람들은 한 때 누렸던 것들을 즐길 수 없게 되는 상황에 처하면, 대부분은 과거에 그 즐거움을 얼마나 누렸던 지에 상관없이 과거에 누린 그 즐거움을 더 누리지 않았던 점을 후회한다. 본과 때 대부분의 의대생들이 예과 때 더 놀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이유가 이러한 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후회는 어떠한 즐거움이 어떤 느낌이었는지는 알고 하는 후회인 반면, 경험해보지 못한 즐거움을 놓친 후회는 그 느낌조차 알 수 없기에, 아쉬움이 더 하다. 본과 진입 후, 여생동안 예과 때만큼 여유 있는 때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들 한다. 본과 때는 학업에 열중해야 한다. 의사가 되어서도, 과학기술은 발전을 하고, 의사는 그에 맞추어 공부를 하며 생업을 이어나가야 한다. 어찌 보면 예과생 여러분들은 생애 마지막 여유를 즐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우리가 흔히 ‘놀기’라고 부르는 모호한 개념에서 벗어나 궁극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통해 새로운 가치들을 찾고, 그 가치들을 최대한 누리는 것이 예과 때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다. 

본 필자는 물론 음주를 자주 즐긴다던지, 수업에 나오지 않고 놀러 다닌다던지, 하는 등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놀기’만하는 사람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 분들 역시 본인이 책임질 수 있는 ‘자유’ 내에서 즐거움을 만끽하며, ‘효용’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저러한 향락으로부터 오는 즐거움만으론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삶을 살고 있는 예과생이라면, 다양함을 향해 나아가보자.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자. 필자는 단과대라는 우물을 벗어나 본교 중앙동아리 활동, 연합 단체 활동 등 다수의 활동들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 필자는 본과에 진학해서도 무언가를 경험해보지 못하여 후회하지는 않을 듯하다. ‘놀기’는 재미있는 일을 하여 즐겁게 지냄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부족한 즐거움을 메워주는 다양한 경험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 진정 ‘놀기’에 부합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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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독자에게  (0) 2017.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