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호(2011.12.12)/문예공모전
시부문 우수
mednews
2012. 1. 9. 17:15
(시부문) 우수
창
순천향대학교 본과 4학년 김민재
의식을 잃은 몸뚱아리 위에
새하얀 천이 드리워지고,
의식이 시작된다.
하얀 천으로 가려진,
그 네모난 창 안에서.
신도 어머니도 침범하지 못했던 순결의 공간.
날카로운 칼날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젖히면
차갑기만 한 금속의 도구들이 살을 헤집는다.
선혈과 살점들
타는 냄새와 연기가 가득 차
영혼마저 쫓겨난 공간.
아수라의 칼들이 한바탕 춤을 추는
그 신성한 의식이 끝나고 나면
누구는 기적을 체험하고
누구는 자연을 깨닫지만
하얀 천으로 가려진,
그 네모난 창 안에는
사람이 있으되, 더 이상 사람이 없다.